“MBK·영풍 추천 고려아연 사외이사, 법률·정책에 전문성 '편중'”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5.01.1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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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인덱스 포럼… “혁신 및 지속가능 성장 전문가 없어 이사회 편중성 우려”
@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입주한 빌딩.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고려아연에 추천된 사외이사들의 전문 역량이 법률·정책 분야에 편중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개최한 ‘고려아연 이사회 후보 역량 매트릭스(BSM) 평가’ 포럼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행사는 고려아연처럼 실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사례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이사회 선임의 기준을 제시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가 발제를 맡고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김광기 ESG경제연구소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이 전문가 패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고려아연이 추천한 이사진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균형잡힌 구성”이라고 평가한 반면, MBK파트너스·영풍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인사들은 “법률·정책 분야에 과도하게 쏠렸다”고 진단했다.

박주근 대표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 구성이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변화하고 있고,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다양성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사회 스킬 매트릭스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며 “고려아연 임시주총을 앞두고 양측 추천 이사 후보들의 역량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객관적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리더스인덱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들의 전문성 역량이 법률·정책 분야(30%)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근 대표는 “MBK·영풍 연합 측이 추천한 사외이사 12명 중 절반 가량이 법률·정책 전문가”라며 “이렇게 가면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보다 훨씬 더 편중성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업의 특성상 고려아연이 강조하는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이 친환경인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나 환경 전문가가 사외이사 추천 명단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광기 소장도 “MBK·영풍 측 추천 후보를 보면 전직 관료와 변호사 등 법률·정책 분야가 과도하고, ESG와 기술 등 기업 혁신 및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모색할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유효상 연구원장은 “향후 자금 회수(엑시트)를 대비해 법률 전문가를 많이 넣은 것 아닌가 싶다”며 “이는 회사의 발전 및 지속가능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사모펀드의 특징을 보이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강원 교수는 “고려아연 주주들이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 중 일부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법률·정책 분야 후보들은 모두 제외하는 것이 밸런스가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고려아연 측 추천 사외이사 후보 7명은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광기 소장은 고려아연 측 후보들에 대해 “이사회 전문성 매트릭스에 기반해 재무, 기술, ESG, 위기관리 능력 등을 갖춘 인사들로 고루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 이사와 여성 이사가 포함된 것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강원 교수는 고려아연이 제시한 이사회 규모 상한 19명에 주목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효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규모”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의 의미에 대해서도 논의를 거쳤다. 유효상 원장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1대 주주와 2대 주주뿐만 아니라 소수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들도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원 교수는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 주주들은 단순히 인원수가 아닌,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다양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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