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시밭길’ 걸은 K배터리 3사…캐즘‧트럼프변수에 올해도 ‘첩첩산중’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2.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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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3사 모두 적자 늪…美트럼프 고관세 정책에 올해도 잿빛 전망
SK온, 지난해 1조원대 영업적자…LG엔솔‧삼성SDI도 3분의 1토막 영업손실
설비투자부터 축소 기조…배터리 소재사 역시 작년 실적 일제히 뒷걸음질
K-배터리 3사가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국내 배터리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이미지=연합뉴스
K-배터리 3사가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국내 배터리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이미지=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K-배터리 3사가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국내 배터리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악화된 수익성은 매출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며 두 자릿수 매출 감소율을 기록, 몸집 불리기와 내실 다지기에 모두 실패한 모양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장기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 중국 배터리 기업 공습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과잉 설비뿐 아니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 및 고관세 변수까지 맞물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그야말로 삼중, 사중고의 가시밭길이 우려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터리 3사 중 SK온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 감소율 측면에서도 3사 중 SK온 낙폭이 가장 컸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35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185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무려 3409억원이나 늘어났다. 연간 영업손실도 1조1270억원으로 3사 중 유일하게 ‘조 단위’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뒷걸음질쳤다. 4분기 매출은 1조5987억원으로 전년동기(2조7231억원) 대비 41.3% 감소했다. 연 매출도 6조2666억원에 그치며 1년 전(12조8972억원)에 비해 반토막(-51.4%) 났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2255억원을 기록했지만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혜택을 제외하면 무려 6028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연 영업이익도 5754억원을 시현하며 전년(2조1632억원) 대비 73.4%로 대폭 줄었다. 연 매출 역시 25조6196억원으로 전년(33조7455억원) 대비 24.1% 쪼그라들었다.

삼성SDI도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56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분기 적자는 2017년 1분기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에 연간 영업이익도 1년 전(1조5455억원)에 비해 76.5% 크게 줄어든 3633억원에 그쳤다.

 

K-배터리 3사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배터리 3사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표./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적자 늪 빠진 배터리 3사, 허리띠부터 졸라매기로

K-배터리 3사의 지난해 실적을 요약해 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1년 전에 비해 영업이익이 약 3분의 1토막으로 쪼그라들었고, SK온은 1조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가 나란히 20%대의 감소율을 보였고, SK온은 반토막 났다.

이에 배터리 3사는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이는 등 운영 효율화에 나서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설비투자 규모를 약 3조원 줄인다는 목표다. 지난해 설비투자액이 약 13조원이었던 만큼 올해는 10조원만 집행한다는 입장이다.

신증설 투자는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생산 거점 활용도를 높여 전년 대비 20~30%의 투자를 축소해 집행하기로 했다.

삼성SDI도 설비투자 금액을 전년 대비 줄일 예정이다. 삼성SDI의 지난해 설비투자 금액은 6조6000억원으로 올해는 6조원 밑으로 하향조정 될 전망이다.

SK온 역시 투자 계획을 지난해 7조5000억원에서 올해 3조5000억원으로 낮춰잡았다. SK온은 특히 미국 포드와의 합작법인(JV)인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을 2025년 가동하는 것으로 계획했다가 1년 늦추기로 했다. 켄터키 1공장은 올해 2분기부터 순차 가동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들 배터리 업체들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으로 시장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중장기적 관점으로 프리미엄 하이니켈부터 고전압 미드니켈, LFP(리튬인산철) 등 중저가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서도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삼성SDI도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폐지 등 정책 불확실성에 대비해 ESS 등 비(非)전기차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현재 삼성SDI는 전기차용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등 ESS 생산능력을 지난해말 대비 20%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ESS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북미 현지 생산 거점도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올해 핵심 시장인 북미에서의 판매 물량 확대를 기반으로 배터리사업에서 두 자릿 수 매출액 성장세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다지고 있다.

또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의 3사 합병을 완료해 원소재 조달 역량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한만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원소재 조달 역량 강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 배터리 소재사도 작년 실적 일제히 악화…올해도 잿빛 전망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계에 드리운 역성장 기조는 배터리 소재사에도 고스란히 적용된 상황이다.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은 지난해 매출을 비롯해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모든 지표가 역성장세를 보이며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 유일 양·음극재 업체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대폭 감소했다. 매출은 22.3% 감소한 3조6999억원, 당기순손실은 2313억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지난해 매출 2조7668억원, 영업손실 403억원, 순손실 4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9.9% 감소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엘앤에프도 지난해 매출 1조9075억원, 영업손실 5102억원을 시현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8.9% 줄었고 영업이익은 129.5% 감소했다.

이같은 상항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은 국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사들에겐 악재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사들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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