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이준석, 이낙연 포함한 빅텐트”...한덕수측 ‘김-한 우선’ 주장과 어긋나
‘비주류’ 김문수, 대선후보 선출된 뒤 ‘딴마음’ 가능성...단일화 순순히 응할지 미지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6.3 대선을 29일 앞둔 5일, 선거의 최대 변수는 보수의 단일화 여부와 진보의 이재명 선거법 파기환송심 대응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두 가지 변수를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슈읽기’에서는 이 두 가지 대선 변수를 집중 점검,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번 회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다루고자 한다. 먼저 김-한 단일화는 2002년 대선 ‘노무현-정몽준 원샷 단일화’ 사례에서 보듯 단일화방식, 물리적 시간, 이질적인 양 세력 간의 화학적 결합, 대선 후에 혹시 승리할 경우 나눠야 할 ‘전리품 분배’ 등 복잡한 사안이 한 둘이 아니다.
지금으로선 단일화 성사 여부를 예단할 수 없지만 몇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 예측을 해보자. 먼저 시간 싸움이다. 일단 물리적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국민의힘은 대선 홍보물 제작 일정 등을 고려해 7일 이전에 단일화하자고 주장해 왔다. 5월 5일부터 이틀 남았다. 홍보물 제작이 늦어지는 것을 감수할 경우 후보 등록(10~11일) 시작 전인 9일이 2차 시한이 될 수 있다.
그러고도 양측이 합의를 못할 경우 투표용지 인쇄일(5월 25일) 전날인 5월 24일까지도 미뤄질 수 있다. 이때 한덕수 전 총리가 대선 후보가 되면 무소속으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선거비용 조달 문제가 관건이 된다. 무소속 후보는 정당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법정 후원금 한도인 29억 원을 초과하는 비용은 모두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한 전 총리가 단일화 방식을 김 후보측에 일임했기 때문에 김 후보측의 의중이 중요하다. 김문수 캠프 박민식 전략기획본부장은 “기호 2번을 한 사람이 달고 나가야 하지 않는가, 9일 또는 10일에는 무조건 단일화가 성사돼야 한다”며 10일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5월 5일부터 10일까지 5일 남았다. 5일 오전에 한 전 총리측이 만남을 제안해 김 후보가 ‘네’라고 화답하면서 일단 양측의 단일화 협상 물꼬는 터진 셈이다. 5일 늦게나 6일 오전 중에는 단일화 방식에 대한 구체적 스케줄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일생일대의 ‘대권’ 기회를 잡은 김-한 두 사람이 홍보물 제작 때문에 서둘러 단일화에 합의할지는 의문이다. 5월 7일까지 합의는 어려울 수 있다. 김 후보측 주장대로 현재로서는 5월 10일 마지노선이 유력한 단일화 데드라인이다. 하지만 양측이 최대한 기싸움을 통해 주도권을 쥐려 한다면 시간은 부차 문제다. 오히려 두둑한 배짱과 인내심이 더 중요한 협상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김-한 단일화는 과연 이뤄질까. 단일화 성사 여부를 중심으로 그 결과를 예상해보자. 먼저 단일화가 실제로 이뤄질지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부정적 기류는 김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된 이후 더 확산하고 있다. “김문수 후보가 경선 때는 당심을 얻기 위해 ‘단일화를 위해서라면 간, 쓸개 다 빼줄 수 있다’며 확실한 지지를 받았지만 이제 당무 전권을 위임받은 대선 후보가 되었기 때문에 딴 마음을 먹을 것”이라는 게 부정적 기류의 요체다.
김 후보가 ‘화장실 다녀온 뒤’ 마음이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물론 ‘권력’ 때문이다. 대선 후보가 당무 전권을 위임받았다. 권영세-권성동 체제는 힘이 없다. 기존 지도부가 빠른 단일화를 ‘종용’할 수 있지만 안 들으면 그만이다.
더구나 김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사무총장을 측근 장동혁 의원으로 교체하고 신속한 당 접수작전에 들어갔다. 이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원들은 단일화에 관한 한 김문수 입만 바라보게 됐다. 후보가 되기 전만 해도 ‘저자세’로 일관하던 김문수의 어깨에도 힘이 서서히 들어가 있다는 게 기자들의 분위기다.
김 후보가 당과 국가를 위해 순순히 단일화에 응할 것이라는 예상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게 지금으로선 현실적인 예상이다. 김 후보를 잘 아는 국민의힘 한 전직 고위 당직자는 이에 대해 “김문수라는 정치인은 특이하다. 과거 젊었을 때 노동운동에 뼈를 묻을 만큼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이다. 그런데 배지를 단 이후부터 그의 언행은 완전히 달라졌다. 권력을 맛보고 난 이후 사람이 달라진 대표적인 경우라고 본다. 김문수만큼 권력의지나 권력에 대한 욕망이 큰 정치인도 드물다. 경기지사 시절 ‘나 도지사다’라며 권위의식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김 후보가 이번 단일화에서 순순히 양보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의 본 모습을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소리다. 단일화는 아름다운 양보와 배려가 전제돼야 하는데 김문수의 정치 이력과 성향을 봤을 때 감동보다는 감정, 김 후보의 고집이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어렵게 잡은 ‘국민의힘 임금님’ 자리를 '비주류' 김 후보가 그냥 흘려보낸다면 30년 그의 정치경력이 아깝다. 김 후보는 단일화 성사보다 실패를 염두에 둔 포석을 깔 가능성이 있다. 이는 최근 그의 워딩에서도 확인된다.
김 후보는 4일 기자들과 만나 한 전 총리와 단일화에 대해 “너무 늦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최대한 감안하겠다”면서도 “가급적 (단일화에) 넓은 폭으로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시선은 한덕수뿐 아니라 멀리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까지 향해 있는 것이다.
“한덕수도 안했는데 벌써 이준석 이낙연 타령이라니?”라는 볼멘소리가 당내에서 나올 법하다. 김 후보의 진정한 빅텐트 원샷 단일화의 ‘이상’은 훌륭해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준석만 해도 지난 총선 과정에서 ‘능구렁이 작전’으로 묻어가려던 이낙연을 주저앉혀 합당도 깨버린 전력이 있다.
단일화 추진 범위가 넓어지면 단일화 합의까지 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명분과 시간의 벽 뒤에 김문수가 숨어버린다면 단일화는 물 건너 가고 그의 손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라는 전리품이 고스란히 남는다. 이것은 대선 이후 그가 당권에 재도전하는 ‘번호표’가 될 것이다.
이런 변수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협상 과정에서 단일화 범위와 조건을 최대한 까다롭게 하면서 단일화를 걷어찰 위험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단일화 없이 일단 대선 후보 등록부터 마치는 것이다. 김 후보가 단일화를 조건으로 걸고 선출된 만큼 당내 반발이 나올 수 있지만 버스는 떠났기 때문에 뭐라고 할 수도 없다.

당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 의혹도 나온다. 국민의힘 주류들이 ‘비주류’ 김문수 후보를 적극 밀었던 것도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응해 ‘양보’한다는 조건이 전제됐고 그 배후에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대선 패배는 기정사실이니 한덕수 전 총리를 내세워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 후보는 일종의 단일화 ‘페이스메이커’였는데 갑자기 ‘변침’을 하면서 1등을 하려고 치고 나갔다는 게 주류측의 의심이다.
국민의힘 권영세-권성동 체제는 김문수 후보에게 ‘전권’을 주지 않고 ‘시한부 당 대표’까지만 허락했는데 김 후보가 딴 마음이 생기면서 단일화 자체도 어깃장이 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윤석열 ‘주류’들이 김 후보의 ‘반란’을 어떻게 진압할지가 관건이다. 단일화 방식에 당심을 적극 반영해 ‘날려버리는’ 방안도 나오지만 김 후보측이 저항할 경우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김문수 후보가 순순히 대선후보 자리를 한 전 총리에게 ‘넘겨줄지’, 아니면 애를 태우다 ‘반납’할지 지금으로선 김문수 마음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때 답답한 사람은 한덕수 전 총리다. 그는 현재 ‘이재명-한덕수-이준석’ 3자 가상 대결에서 김문수 후보를 제치고 지지율이 더 우위에 있다. 이는 한 전 총리가 큰소리치는 유일한 힘이다. 자신으로 단일화만 된다면 승산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접수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문수가 순순히 양보해주면 한덕수에게는 총리 사퇴 후 불과 며칠 만에 대권까지 바라보는 ‘희대의 천운’을 마주하게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2021년 6월 29일 대선 도전 선언 이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는 데 정확하게 129일 걸렸는데 한 전 총리는 지난 5월 1일 사퇴한 뒤 10일 만에 보수정당을 삼킬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게 정상적인 정치 프로세스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려는 국민의힘이 정당으로서 과연 그 기본적인 기능은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한 전 총리는 최근 “김 후보와의 단일화 대화에 아무런 조건이 없다”며 “무조건 다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앞서의 국민의힘 전 당직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내란방조혐의로 수사 대상인 한 전 국무총리가 국가원수 파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조기 대선에 나온 것도 연구대상이지만 단일화가 국가발전과 비전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무조건 다 받아들이겠다’고 거침없이 내지르는 배짱과 얼굴두께가 놀랍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