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트럼프 반대 활동자가 관여… 무디스에 신뢰성 없어”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Moody’s)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에 미국 백악관은 “정치적 판단”이라며 맹비난에 나섰다.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적자가 확대돼 2024년 (미국 국내 총생산의) 6.4%에서 2035년까지 거의 9%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주로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증가, 복지 지출 증가, 상대적으로 낮은 세입 창출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현재 미국 의회가 검토 중인 재정안이 수년간의 지속적인 적자 감소로 이어질 것 같지 않다며, 연방정부 부채 부담이 2024년 국내 총생산(GDP)의 98%에서 2035년까지 약 134%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무디스는 “미국은 경제 규모, 회복력, 역동성,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미국 달러의 역할 등 탁월한 신용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 중 마지막으로 미국 정부의 등급을 낮춘 기관이다. 2011년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23년에는 피치가 미 정부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등급 하향은 지난 몇 주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무역 상대국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높은 물가 압력과 급격한 경기 둔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면서 미국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 파장(ripples)을 일으킬 수 있는 조치라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이러한 무디스의 발표는 트럼프 진영의 강력한 반발을 일으켰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무디스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에 대해 “그는 오바마의 자문위원이자 클린턴의 후원자”라며 날을 세웠다.
청 공보국장은 이어 “그는 지난 2016년부터 네버 트럼퍼(Never Trumper·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피즘에 반대하는 사람)로 활동했다”며 “아무도 그의 분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미 그가 여러 번 틀렸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무디스에 신뢰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지난 4년간(바이든 행정부 시절) 재정 재앙이 벌어지는 동안 침묵을 지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수석 경제 고문인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 재단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등급 강등에 대해 “터무니없다(outrageous)”면서 “미국이 보증하는 국채가 트리플 A 자산이 아니라면 무엇이 있냐”며 로이터에 말했다.
다만 마크 잔디는 무디스와 별개의 기관인 무디스 애널리스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라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