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남북 군사긴장 완화 및 신뢰회복 위한 의미 있는 계기"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에 호응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12일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며 "북한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어젯밤 11시 넘어서까지 소음 방송이 청취됐으나 오늘 0시 이후에는 전 지역에서 들리지 않는다"면서 "원래는 지역에 따라 새벽에도 소음 방송이 청취됐으나 지금까지 소음 방송이 청취되는 지역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한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북한은 지역별로 각기 다른 시간대에 대남 소음 방송을 해왔는데, 현재까진 접경지역 전 지역에서 대남 방송이 멈췄다는 것이 군 당국 설명이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새벽과 아침에는 대남 소음 방송이 없었지만, 오후에도 없을지는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융통성 있게 실시한다'는 기존의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대북방송을 실시할 때의 원칙"이라며 "대북방송이 '중지'됐기 때문에 그러한 작전을 할 준비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은 대북 방송을 앞으로 전면적으로 하지 않기로 하는 '중단' 표현 대신 일시적이라는 의미가 있는 '중지' 표현을 사용해왔는데, 향후 상황에 따라 대북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작전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 파주·김포·연천 접경지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북쪽에서 송출되는 쇠 긁는 소리와 귀신 소리 등 기괴한 확성기 소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1년 가까이 이어졌다.
강화군에서는 대남 방송 소음으로 숙박업을 비롯한 지역 관광 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고, 일부 농가에서는 염소가 사산하거나 닭의 산란에 이상이 생겼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김포시가 접경지 주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일부가 고위험군이나 관심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김포시 하성면 마근포리 이완증(62) 이장은 "1년 가까이 계속된 대남방송 때문에 방음창이 없는 집은 소주 2병을 먹어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며 "주민들이 잠 좀 잘 수 있게 대남방송이 계속 중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군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날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바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이 대통령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지시에 대해 "남북 관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특히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겪어 온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를 이유로 작년 6월 9일 약 6년 만에 대북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에 북한은 작년 7월부터 대남 확성기를 이용해 소음 방송을 시작해 남북 접경지 주민의 소음 피해가 컸는데,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북측이 호응 조치를 내놓으면서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우리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조처에 대한 북한의 호응으로 접경지역 주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게 됐다"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상호 신뢰 회복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