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고전한 'K-배터리 3사'…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감 고조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7.11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 어닝 서프라이즈로 실적 반등 신호탄
SK온·삼성SDI도 북미 수요 회복·공장 가동률 확대 기대
K-배터리 3사 CI./이미지=연합뉴스
K-배터리 3사 CI./이미지=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글로벌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국면에서 고전을 면치못했던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2분기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실적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 이어, SK온과 삼성SDI도 북미 지역 중심의 수요 확대와 공장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3분기 이후 실적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깜짝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5조5654억원으로 9.7% 줄었지만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4908억원)을 제외하고도 1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6개 분기 만의 기록으로 보조금에 기대지 않고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긍정적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실적 반등의 배경에는 북미 현지 시장에서의 성과가 한몫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업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GM은 2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4만628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으며, 이들 전기차 대부분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처럼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깜짝 실적은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뿐 아니라 고수익 제품 비중 증가, 물류비 절감, 원가 혁신 등의 전략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SK온과 삼성SDI는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는 2분기 18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SK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폭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10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배터리사들의 이같은 실적 격차의 원인으로 고객사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북미 현지 생산기지 확대 여부를 꼽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다양한 고객사와 합작공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지만, 삼성SDI는 여전히 유럽 중심 생산과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 “올해 하반기부터 K-배터리 3사 실적 개선 흐름 뚜렷해질 것”

이처럼 배터리 3사 모두 2분기까지는 희비가 갈린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이들 기업의 실적 개선 흐름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미 실적 반등세에 접어든 LG에너지솔루션 외에 SK온 삼성SDI도 하반기부터 실적 반등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온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현대차그룹에서 발생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생산 규모의 메타플랜트(HMGMA)를 가동 중이다.

KB증권 전우제 연구원은 "SK온의 (미국 공장) 가동률이 3∼4월 중 모두 가동되는 수준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3분기에도 SK온이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할 시 흑자 전환도 가능해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SDI는 BMW, 스텔란티스 등 주요 고객사의 부진과 유럽 중심의 생산 구조로 인해 실적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이엔드급 전기차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단기 실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삼성SDI의 배터리 판매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1~5월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한 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11.5%, 18.1% 증가했다.

이에 대해 삼성SDI 측은 “전기차 부문은 주요 OEM(완성차 제조사)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이산화탄소(CO2) 규제 및 전기차 지원 정책이 시행되는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되면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삼성SDI는 안전성과 고에너지밀도를 갖춘 전력용 SBB(삼성배터리박스)와 UPS용 고출력 배터리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배터리 업계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미국 의회가 IRA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을 통과시키며, 향후 북미 시장 수요와 보조금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K-배터리의 중장기 실적 전망에는 여전히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M증권 정원석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 시행 가능성과 맞물릴 경우 북미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국내 배터리 업종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며 “다만 미·중 갈등 격화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수입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은 국내 배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