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비서관 자진사퇴 요구 형식이지만 대통령 인사권에 부담주는 민감 사안
"대통령실과 여당의 개혁 입장 차이로 확대될 수 있다" '당대관계' 분수령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박찬대(기호순) 의원이 '비상계엄 옹호 저서'로 논란이 된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두 후보는 22일 각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런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는 강 비서관이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옹호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라고 거론한 것을 언급하며 "이건 용납할 수 없다. 대통령께 누를 끼치지 말고 스스로 결단하라. 자퇴(자진사퇴)하라"고 적었다.
박 후보도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내란 옹호자'만은 안 된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강 비서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비서관의 인식은 '윤석열-김건희 내란 카르텔'의 논리와 전혀 다르지 않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마타도어, 5·18에 대한 폭도 폄하 논란까지 나왔다. 국민통합비서관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의 1등 지킴이로 자처하던 정청래 박찬대 두 당권주자가 일제히 강준욱 비서관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는 해석에 따라 민감하게 비쳐질 수 있다. 당권주자들이 모두 강 비서관의 자진사퇴 요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정치적 압박'으로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당권주자가 공개적으로 강 비서관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그만큼 당원 지지층들의 분노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과감하게 '적군'을 국민통합비서관으로 쓰는 용단을 내렸지만 개혁의 첫발을 내디뎌보기도 전에 좌절의 문턱에 서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21일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의 거취 문제에 대해 강유정 대변인이 긴 시간을 할애해 그간의 사정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한 바 있다.
강 대변인은 먼저 "보수계 인사의 추천이 있었다"며 "과거에 다른 생각을 했던 부분이 논란이 됐을지언정 현재 잘못을 인정하며 깊이 사죄하고 있고, 국민통합이라는 사명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비서관은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하면 전체주의적 정권이 될 것이라고 쓰기도 했는데, 강 대변인은 "지지자들께서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을 했다"면서도 "(강 비서관) 스스로 대통령에 대해 무지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과거의 잣대보다, 과거 자신이 말했던 바를 현재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더 의미 있게 봐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으로 임용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도) 스스로 잘못된 판단이라고 얘기한 것을 먼저 보고, 충분히 사죄하는 본인의 진정성이 어떻게 전파되느냐 여부를 더 중요하게 보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비서관은 저서 내용이 논란이 되자 전날 입장문을 내고 "수 개월간 계엄으로 고통을 겪으신 국민께 제가 펴낸 책의 내용과 표현으로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사과했으나 이날 여권 일각에서는 사퇴 요구가 나왔다.
대통령실의 설명은 과거의 논란에 대해 강 비서관이 사과를 하기 때문에 그것은 '과거'로 묻고 국민통합이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다소간의 흠결은 국민들과 민주당 지지층이 이해를 해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특히 역대 정권 처음으로 반대 진영 인사를 국민통합비서관으로 임명하는 파격 결정을 내린 것은 일종의 정치적 실험이라는 해석도 있다. 보수와 진보의 극단적 대립으로 정치가 거의 와해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이제이'의 실용주의 정치로 그 '데드락'을 한번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정치 실험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험실 자체를 닫게 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역대 정권을 보면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는 순망치한의 협력관계로 비쳐져왔지만 실상은 차기 권력 재창출이라는 집권여당의 숙명 때문에 대통령실과 원치 않는 긴장관계를 보였다. 이번 강 비서관 문제도 단순히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여당의 견제를 넘어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로드맵 자체가 당의 압박과 저항에 밀려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금 심각한 사안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지점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당권주자가 모두 이재명 정권의 첫번째 비서관 인사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강준욱 비서관의 진퇴 문제에서 여당과 대통령실의 개혁 입장 차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의 '당대 관계'에 대한 일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