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 승진에 12.9년 걸려… 오너가 4명 중 1명, 입사와 동시에 임원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오너일가가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하는데 평균 4.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일가 4명 중 1명은 입사와 동시에 임원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3년 결산 기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88곳을 대상으로 오너일가의 경영 참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오너일가가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대기업집단은 63곳, 인원은 총 212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남성이 175명, 여성이 37명이었다.
이들은 평균 30.4세에 입사해 34.8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일반 임원 중 이사를 포함한 상무 직급 임원의 평균 나이(2019년 9월말 기준)가 52.9세인 점을 감안하면 오너일가의 임원 승진이 일반 직원에 비해 약 18.1년 더 빠른 셈이다.
특히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입사해서 더 빨리 임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는 평균 30.7세에 입사해 4.5년 만에 임원, 13.2년 만에 사장단으로 승진한 반면, 자녀 세대는 이보다 어린 평균 30.2세에 입사해 임원 승진까지 4.3년, 사장단 승진까지 12.5년이 소요됐다.
CEO스코어는 “최근 국내 기업 전반에서 젊은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임원 승진 소요기간이 단축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별로는 여성의 임원 승진 소요기간이 3.3년으로, 남성(4.6년)보다 1.3년 짧았다. 사장단 승진 소요기간도 여성이 11.4년으로, 남성(13.1년)보다 1.7년 짧았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으로 승진한 인원은 전체의 25.5%인 54명이었다. 임원 승진까지 5년 미만이 걸린 인원의 비중도 59.4%(126명)에 달했다. 전체 인원 중 경력입사자는 92명으로 43.4%의 비중을 보였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에 오른 오너일가가 5명 이상인 그룹은 영풍, OCI 등 2곳이다. 신세계와 현대해상은 각각 3명, 롯데·두산·KCC·세아·유진·대신증권·한솔 등 7곳은 각각 2명이었다.
입사 후 바로 임원에 오른 주요 인물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몽진 KCC 회장, 정재림 KCC 상무 등이다.
자녀 세대 중에서는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김민형 호반그룹 상무,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 등이다.
입사와 동시에 바로 사장단에 오른 오너일가 비중은 전체의 4.2%인 7명이었다.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이지현 OCI드림 대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최윤정 파라다이스그룹 부회장 등이다.
이에 비해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가장 오래 걸린 인물은 박장석 SKC 전 상근고문이었다. 박 상근고문은 1979년 SK네트웍스 입사 후 16년 만인 1995년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어 구자용 E1 회장(15.8년), 구자엽 LS전선 회장(14.6년), 허명수 GS건설 전 부회장(14.3년), 허연수 전 GS리테일 부회장(14.0년) 등은 임원 승진까지 오래 걸린 인물로 조사됐다.
사장단 승진까지 가장 오래 걸린 인물은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으로, 1973년 롯데호텔 입사 후 34.9년 만인 2008년에 사장단으로 승진했다. 이어 박석원 두산 디지털이노베이션 사장(27.8년), 구자엽 회장(27.2년), 박형원 두산밥캣코리아 사장(26.8년), 김상헌 DN그룹 회장(26.0년) 등도 사장단 승진까지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