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관리 위해 신종 자본증권 발행 나섰지만 이자 부담 커져
담보처분권 행사 방안도 금융당국 눈치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 경신에, 2년 연속 순이익 ‘2조클럽’ 입성에 성공하며 순항을 지속하던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메리츠금융이 1조2000억원이라는 거금을 빌려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해지면서 자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메리츠금융은 이에 연이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 확충을 통한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 그러나 신종자본증권의 높은 이자율로 인한 금융부담은 향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메리츠금융이 그나마 내놓은 방안인 담보처분권 행사를 통한 대출금 회수 방안도 자칫 홈플러스 및 협력업체들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 3사(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 62개 매장을 담보로 선순위 대출 약 1조2167억원을 집행했다.
회사별 대출잔액 규모는 메리츠증권이 6551억원, 메리츠화재가 2808억원, 메리츠캐피탈 2808억원 등이다.
이들 3사는 지난달 4일 홈플러스 대주주 MBK 파트너스가 채권자와 사전 협의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대출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불투명한 대출금 회수 가능성에 비상걸린 재무 건전성
메리츠금융이 최우선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바로 재무 건전성 악화다.
나이스신용평가원은 최근 메리츠금융 3사 가운데 홈플러스 대출잔액 규모가 가장 큰 메리츠증권의 자산건전성과 관련해 우려 섞인 분석을 제시했다.
나신평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메리츠증권이 보유한 6551억원 기업대출의 건전성이 요주의이하여신으로 분류돼 자산건전성 지표가 저하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건전성 등급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순으로 구분이 된다. 요주의는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연체 여신을 말한다.
메리츠증권의 홈플러스 대출잔액이 요주의여신으로 분류되면, 회사의 '요주의이하여신' 규모는 1조80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순요주의이하자산/자기자본 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8.3%포인트(p) 상승한 19.9%를 기록하게 된다.
만약 대출잔액이 그보다 더 건전성이 낮은 ‘고정(6개월 이상 연체됐지만 담보가 있는 경우)’으로 분류되면, 메리츠증권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주요 증권사 7곳의 평균치(4209억원)의 세배인 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 경우 고정이하여자산비율은 지난해말 대비 3.7%p 상승한 7.1%까지 확대된다.
건전성 관리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높은 이자부담에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
여기에 메리츠금융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전년 대비 9.8% 증가한 당기순이익 2조3334억원으로 역대 최대실적을 거두며 순항을 하던 중이었다.
메리츠금융은 현재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적 성격으로, 일정 이상의 국제결제은행(BIS)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시 기본자본으로 인정돼 건전성 관리에 유용하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권과 일반기업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1일과 28일 각각 500억원, 294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메리츠금융지주도 지난달 24일 15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수요예측 이후 금액을 2500억원으로 증액했다. 홈플러스 사태에 휘말린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제는 신용자본증권은 이자율이 높아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21일 공시된 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이자율은 연 5.20%, 28일 공시된 1500억원 신종자본증권은 연 5.50% 수준이다.
기업회생 사태로 홈플러스 대출 이자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메리츠금융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홈플러스 사태에 따른 이자 소득 감소로 메리츠금융의 연간 순이익이 약 1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당국 감시 속에 담보처분권 행사도 부담
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 대출금 회수 방안으로 내세운 담보처분권 행사도 섣불리 실제 행사에 나서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5월 대출을 집행하면서, 홈플러스의 62개 매장을 담보로 잡았다. 이들 담보 가치는 약 5조원 규모에 이르며, 기한이익상실(EOD) 발생 시 메리츠금융에 담보처분권이 생긴다.
하지만 메리츠금융의 담보 처분은 2만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에 대한 고용 및 거취 불안과 홈플러스 협력·입주업체에 상당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황에서, 메리츠금융은 적잖은 피해가 예상되는 담보처분권 행사에 앞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당장 담보처분권을 실행할 계획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홈플러스의 자구방안 등을 예의주시면서 대응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