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매각‧인사 칼바람’ 쇄신에 방점찍은 롯데…신동빈 VCM서 어떤 메시지 낼까?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1.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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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비상경영’ 속 9일 사장단 회의(VCM) 개최
신동빈 회장, 신년사에서도 강도 높은 ‘쇄신’ 주문
몸집 줄이기 박차 가해 …인적‧물적 쇄신 드라이브
롯데그룹이 지난 18일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풍문의 영향으로 수천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지만 더딘 회복세를 보이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비상경영’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 주재로 계열사 사장단이 모여 올해 사업 전략 논의를 위한 회의를 연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비상경영’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 주재로 계열사 사장단이 모인 가운데 새해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른데다 계열사들의 부진한 경영 실적으로 인해 시장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동빈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롯데는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사장단회의인 ‘2025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매년 상·하반기 열리는 VCM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실장,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한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도 올해 VCM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신 부사장은 2023년부터 VCM에 참석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VCM의 세부 주제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상반기 VCM은 주로 지난해 사업실적을 되돌아보고 새해 사업 방향을 정하는 식으로 진행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VCM에서는 신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혁신을 통한 경쟁력 회복과 재무 건전성 확보, 인공지능(AI) 활용 강화 등이 핵심 주제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제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면서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재무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특히 “올 한해 더욱 강도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월드타워./사진=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사진=롯데물산

◆ 쇄신 고삐 당기는 계기된 정보지發 ‘유동성 위기설’

롯데의 지난해는 ‘비상경영’의 한 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다사다난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불거진 정보지발 ‘유동성 위기설’은 롯데의 쇄신 고삐를 바짝 조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신년사에 담긴 신 회장의 고강도 쇄신 주문 역시 최근의 유동성 위기설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해당 정보지에는 ▲롯데의 내달(지난해 12월) 초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설 ▲차입금 39조원 ▲롯데건설 미분양으로 계열사간 연대보증 치명타 ▲그룹 소유 부동산 매각해도 빚 정리 어려움 ▲전체 직원 50% 이상 감원 예상 등의 내용이 담긴바 있다.

당시 롯데 측에선 정보지 내용에 대해 ‘루머’라고 일축하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을 잘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는 분석에 힘이 실렸다. 롯데 계열사들의 부진한 경영 행보에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까’와 같은 시장의 불신이 커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롯데케미칼은 지금도 영업적자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적자가 6600억원에 이를 정도다.

기초화학 부문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며 중국발 공급과잉에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롯데쇼핑도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이 2023년 대비 3.8% 쪼그라들었고, 순이익은 90.7%나 급감했다.

이커머스 롯데온은 출범 이래 4년간 5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면세점도 4분기 연속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중심에는 롯데건설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그룹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채비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그 폭도 건설사 중에서 두드러질 정도로 타격이 컸다. 당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연장이 어려워졌고 이를 롯데건설이 떠안는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롯데건설의 1대주주는 롯데케미칼(44.0%), 2대주주는 호텔롯데(43.3%)다. 롯데건설에 문제가 생기면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롯데는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보강을 목적으로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는 자구책을 내놓기도 했다.

롯데 측은 “이를 통해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롯데케미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고자 한 것”이라며 “롯데월드타워 담보 제공은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강력한 시장 안정화 의지를 담은 실질적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의 한 조합원이 서울 명동 롯데쇼핑 본사앞에서 ‘구조조정 중단’ 과 ‘폐점사원 인근점포 발령’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2020.06.12. 사진=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의 한 조합원이 서울 명동 롯데쇼핑 본사앞에서 ‘구조조정 중단’ 과 ‘폐점사원 인근점포 발령’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2020.06.12. 사진=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

◆ 롯데, 몸집 줄이기에 사활…체질 개선 박차

이런 이유로 롯데는 몸집을 줄이는 인적, 물적 쇄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롯데온과 롯데면세점,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에선 잇따라 희망퇴직을 실시해 수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임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롯데는 지난해 임원인사를 통해 CEO(최고경영자) 중 21명을 교체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칼바람’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 결과 롯데그룹 전체 임원 규모는 2023년 말 대비 13% 줄었고 CEO도 36%(21명)나 교체됐다.

아울러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12월 임시 주주총회 열고 법인 청산을 결의했다. 롯데는 올해 상반기 중 청산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롯데헬스케어는 2022년 4월 롯데지주로부터 700억원을 출자받아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출범 3년 여 만에 사업을 접게 됐다.

롯데백화점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실적이 저조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낮은 비효율 지방 점포를 중심으로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 점포 가운데 실적이 가장 낮은 마산점이 지난해 6월 영업을 종료하며 본격적인 점포 재구조화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야심차게 문을 열었던 부산센텀시티점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지난달 롯데렌탈을 1조6000억원에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한 바 있다. 또한 롯데그룹의 계륵으로 전락한 롯데하이마트 역시 머지 않은 장래에 매물로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측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재 롯데가 처한 불투명한 현실과 맞물려 부정적 관측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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