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수 상한 설정'은 6개사·'집중투표제' 4개사 찬성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고려아연은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와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 한국ESG평가원, 한국ESG기준원 등 국내외 6대 의결권 자문사들이 공통적으로 현 경영진의 경영성과를 높게 평가했다고 17일 밝혔다.
6개 자문사들은 고려아연이 현 경영진 체제하에서 최근 몇 년간 실적과 재무, 주주환원 지표에 있어 동종업계 평균 대비 양호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재무·경영 성과는 최윤범 회장의 리더십을 비롯해 동종 업계 대비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라며 “현재로서 영풍·MBK가 요구하는 실질적인 이사회 개편을 지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ISS도 “고려아연의 투하자본이익률(ROIC)이 지난 몇 년간 동종업계 중앙값을 3.6~5.5%포인트 초과하면서 성과를 보였다”며 “더 주목할 만한 점은 고려아연이 상대적으로 적게 투자했는데도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한국ESG연구소는 고려아연의 중장기 배당정책과 2024년 10월 공개한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거론하며 “중장기 주주가치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서스틴베스트 역시 “현 경영진을 유지하되,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성과 관리감독 기능, 자문 기능을 강화해 나가면서 현재 조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보유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성장 사업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는 것이 장기 주주가치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자문사들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시도하고 있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자문사들은 MBK가 사모펀드라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장기 투자가 필수인 비철금속 산업의 특성과 다르게 단기 투자 속성이 있는 사모펀드가 고려아연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글래스루이스는 “반대 그룹(MBK-영풍)은 투자를 축소함으로써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고 더 즉각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접근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이 목표로 하는 장기적 가치 창출과 경쟁력 있는 위치 확보를 놓칠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스틴베스트도 “MBK 제공자료 등에 따르면, 투자부터 회수까지의 기간은 3~6년 정도였다”고 짚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어 “고려아연이 속한 비철금속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투자자본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며 “재무적 효율성을 강조하는 MBK의 기존 투자 전력과 운영방식에 비춰 볼 때 MBK 측이 회사 본업에 있어 기존 경영진을 대체할 정도로 더 나은 경영능력을 갖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영풍의 부진한 경영 실적과 환경 문제 이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글래스루이스는 보고서에 ‘영풍에 대한 지배구조 우려(Governance Concerns Regarding Young Poong)’ 항목을 별도로 기술하면서 환경 파괴 행위를 둘러싼 문제를 열거했다. 지난해 말 환경부·경상북도가 석포제련소를 상대로 약 2개월(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최종 확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5년간 영풍이 19건의 환경 법규를 위반했다”며 지난해 8월 근로자 사망 사고에 연루된 박영민 대표와 배상윤 전 석포제련소장이 동시에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수감된 사실도 거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영풍의 영업이익과 지배주주이익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2023년 영업이익과 지배주주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고 최근 5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0.4배 수준으로 1배를 하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문사들은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을 권고하는 쪽으로 무게를 뒀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오는 23일 임시주총을 개최하기로 하면서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19인) 설정 △집행임원제 도입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발행주식 액면분할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이사 수 상한 설정’에 대해선 6개 자문사 모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 △한국ESG평가원 등 4곳(67%)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특히 이사 수 상한 설정과 관련해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현재 12명의 이사진에 더해 14명의 신규 이사를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 계획에 대해 모든 기관이 명백히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ISS는 한 발 더 나아가 현재 12명인 이사회 멤버를 16명 수준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고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임시주총을 앞두고 국내외 자문사에서 현 경영진의 리더십과 실적,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주주 의견을 경청하고, 주주가치 제고와 회사의 성장 발전을 위해 경영진과 임직원을 힘을 합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