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분기 연속 흑자·세계 최고 제련 경쟁력 비결도 안정적 노사관계”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가운데 이에 맞선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대한 노조의 지원사격이 눈에 띈다. 이같은 노사협력의 배경에는 37년 간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어오며 쌓은 상호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발표한 대국민 성명서에서 “MBK파트너스·영풍의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총파업 등 모든 방법으로 회사를 지킬 것”이라며 “고려아연을 투기 자본과 실패한 기업이 기습적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어 임직원들과 근로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이 더 이상 투기적 사모펀드의 이익 회수를 위한 수단으로 희생돼서는 안 된다”며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를 저지하고 회사를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고려아연 노조는 지난해 9월 MBK·영풍 측이 기습 공개매수를 개시한 직후 서울로 올라와 집회를 열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어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열린 대전역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였고, 12월에는 직접 국회를 찾아 적대적 M&A 중지 촉구 건의서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고려아연의 노사 협력은 매해 열리는 임단협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고려아연 노사는 50년을 맞아 지난해 7월 2024년도 임금협상을 빠르게 마무리하며 37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전통을 이어갔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기간 파업 없이 무분규로 노사 협상을 타결해 올 수 있었던 건 일단 서로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이라며 “회사가 성과를 내고, 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큰 전제에 (서로) 공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측은 “99분기 연속 흑자를 이룰 수 있었고, 이제 100분기 연속 흑자라는 금자탑을 눈앞에 뒀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노사관계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은 법적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2013년 보다 이전에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선제적으로 정년 연장을 진행한 바 있다.
‘60세 정년제’는 2013년 국회 통과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됐으나, 고려아연은 이를 국회 통과 이전부터 전 사업장에 적용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과 성과급을 기본급화하는 방안도 모두 법제화 전 노사협의를 통해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2022년 12월부터는 노사 합의를 통해 생산직 직원에 대한 4조 2교대 근무 방식을 정식으로 도입했다.
고려아연 노사는 신규 사택 건립 등 직원 주거 걱정 절감에도 협력했다. 사택에 거주하지 않는 직원을 대상으로도 주택자금 대여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자율 또한 저금리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창걸 명예회장을 필두로 최창영, 최창근 명예회장, 최윤범 회장 역시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노조원들과의 상생과 화합이 필수 요소로 놓고 근로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지속해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고려아연 경영진은 노사 화합과 상생의 정신에 입각해 노사 간 갈등과 대립이 발생할 요소가 있어도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 나갔다”면서 “앞으로도 경영진과 노조는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도약과 발전을 이루는 것은 물론, 고려아연을 100년 무분규 기업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