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은 안티모니 추출 및 생산 기술이 없다는 점에서 의견 청취 여부가 적절한가 논란도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고려아연 ‘안티모니’ 제조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문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 고려아연의 격막전해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제조기술 등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안티모니는 방위산업, 항공우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폭넓게 쓰이는 핵심소재로 국내에서는 고려아연이 유일하게 생산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략광물 공급망의 중요성과 중국의 공격적인 수출 통제 및 가격통제 등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가핵심기술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이다.
특히 고려아연의 경우, MBK파트너스의 적대적M&A 상황에 놓이면서 사모펀드 특유의 알짜자산 매각과 분리매각 등 이익 극대화로 인해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생산기술은 종래의 건식 제련법과 달리 습식 공법을 적용한 덕분에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경제성과 효율성도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존 대비 제조원가를 40% 절감하고도 순도가 높은 안티모니를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가입침출기술을 활용한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헤마타이트) 제조기술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티모니 정광(광석) 등에서 전략광물을 추출하는 반면 고려아연 만이 유일하게 기타 다른 광물로부터 안티모니를 추출, 중국의 수수출규제부터 자유로운 핵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측이 해당 기술에 대해 비철업계 관계자로 나서 적극적인 반대 의견을 개진하면서 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지난해 11월 신청한 보유 기술 2건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에 대해 영풍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반대 의견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풍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은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국가대표 기술을 선정하는 엄격한 요건에 따라 심사해 지정해야 한다”며 “이번 신청은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취득에 대한 새로운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목적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영풍 측은 안티모니 추출 및 생산 기술이 없다는 점에서 의견 청취 여부가 적절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역으로 일고 있기도 하다.
학계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문위원회가 이달 중 고려아연의 격막전해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제조기술 등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에 대해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 위원들의 기술 평가와 더해 범정부 차원에서 해당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 등을 판단해 최종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과 경제 산업계에서는 국가 자원안보와 공급망 강화 관점에서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제조기술을 당국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기술은 전략광물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로의 기술 유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며 “최근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당국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결단을 조속히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