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선출 ③] 이재명의 진짜 권력, 사람 속에 있다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4.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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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김용 김현지 김남준 등 '성남 라인' 4인방, 정치 출발 때부터 '동고동락'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때 한 지원한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등도 '동지애' 남달라
오로지 일처리와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배치해 상호 간 경쟁심 유도하는 용인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예비후보가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집권 청사진 등을 소개하는 '비전 선포식 및 캠프 일정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식 비서실장, 강유정 대변인, 한병도 종합상황실장, 윤후덕 정책본부장, 강훈식 총괄본부장, 이재명 예비후보, 윤호중 선대위원장, 수어통역, 김영진 정무전략본부장, 박수현 공보단장.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대선 재수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인재 풀은 막강하다. 이 후보의 인적 네트워크는 크게 3단계에 걸쳐 완성됐다. 먼저 ‘성남 라인’으로 분류되는 가장 인연이 오래된 최측근 그룹이 있다.

이 후보는 1989년 성남에서 변호사를 개업했다. 이때 합류했거나 성남시장 당선 후 선출직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한 2010년 이후 합류한 인사들이 ‘성남 라인’의 주축이다. 이들은 이 후보를 가장 잘 아는 인적 네트워크로서 일머리 능력과 함께 충성도 면에서도 가장 농밀한 일종의 ‘가족’으로 불린다.

지난 2022년 대선 때만 해도 이 후보가 꼽은 핵심 성남 라인 그룹은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었다. 이 후보는 2021년 10월 경기도청 출입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측근’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면서 “(측근은) 비서실 등 지근거리에서 보좌를 하던지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을 정도다.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실장은 이 후보의 변호사 시절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이 후보의 복심으로도 불렸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 후보에게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과 6·13 지방선거에 도전할 것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야인시절부터 성남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함께했고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땐 시의원을 지내며 엄호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9년 12월 15일 김 전 부원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김 전 대변인은 제 분신과 같다”고도 했다.

정진상 전 실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선거 전략 및 캠프 운영을 총괄하며 이재명 후보의 핵심 참모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2022년 11월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되었으나, 2023년 4월 보석으로 석방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 관련자 접촉 금지’ 등의 보석 조건 때문에 이 후보와 직접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고, 정 전 실장 스스로도 극도로 외부 접촉을 꺼리고 있지만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오늘날의 이재명을 만든 건 정진상 같은 참모 덕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 전 실장은 현재는 공식적인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2025년 이재명 캠프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지만 ​이 후보와는 비공식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선 정 전 실장이 당 외곽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도 나온다.

2012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사진=성남시 제공

김용 전 부원장도 지난 대선 때 정책 개발 및 선거 전략 수립에 관여했고 이 후보의 측근으로서 선거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정 전 실장과 함께 2022년 11월 구속 기소되었돼 2023년 11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구속 상태에 있으며, 2025년 2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이 유지되었다. 2025년 대선 캠프에서의 활동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두 사람의 최측근 외 김현지 이재명 의원실 보좌관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며 이 후보와 인연을 맺은 이후 측근으로 그를 보좌해왔다. 김 보좌관은 이 후보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에도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현재도 이 후보 재판을 포함해 전반적인 비서실 업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준 전 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은 ‘이재명의 입’으로 불린다. 성남 지역 방송사 기자를 하다가 이 후보가 성남시장을 할 때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2017년 당내경선캠프에서도 대변인을 맡은 언론 핵심 측근이다. 김 전 부실장은 2014년 벌어진 판교 지하 주차장 환풍구 붕괴사고 당시 침착한 언론 대응으로 호평을 받는 등 이 후보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정진상 김용 김현지 김남준 등 4인이 이재명 후보와 정치 출발 때부터 지금까지 똘똘 뭉쳐 달려온 ‘성남 라인’ 핵심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변호사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성남시장 등의 공직생활 때까지의 참모들을 지금도 데리고 있을 만큼 이들에게 의리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들도 까다로운 이 후보의 일 처리 스타일을 잘 알고 그에 부합하는 능력을 보여줘 지금까지도 가장 끈끈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향후 이 후보가 ‘대통령실’로 갈 경우 동반 입성 1호들로 꼽힌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핵심 참모들을 바탕으로 정계에 교두보를 마련했다면 경기도지사 시절 대선 도전을 위해 ‘정치 참모’들을 본격적으로 등용하기 시작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를 할 때 경기도청이나 산하 기관에서 일했던 강위원 전 당대표 특보와 윤용조 전 당대표실 부국장 등은 외곽 지지 그룹 핵심으로 꼽힌다. 이들은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이끌고 있다. 리얼미터 본부장 출신인 권순정 전 당대표 정무전략실장도 대선 전략 파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후보의 대권 도전 인맥을 단계별로 완성한 것은 2017년 당 대표 경선과 2022년 대선 도전 때 쌓은 현직 국회의원들이었다. 이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조기 대선에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문재인 대세론’이 지배했다.

이때 이 후보는 3위로 고배를 마셨지만 그의 곁에는 ‘충복’ 의원들이 몇몇 있었다. 당시 이 후보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당시 3선 정성호 의원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이외에도 김영진(재선), 김병욱(재선), 제윤경(초선) 의원이 이 후보를 지원했다. 앞서의 성남 출신 참모들과 소수의 현역 의원들이 중심이 돼 캠프를 꾸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당 지도부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때 이 후보는 인적 네트워크의 부족을 여실히 느꼈다. 원내 세력 확장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이 후보의 부담을 덜어준 정치인은 김병욱 전 의원이었다. 김병욱 전 의원은 정성호 의원에게 제안해 ‘이재명 지지’ 21대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캠프 멤버였던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에 김남국 문진석 이규민 임종성 당시 의원들이 합류했다. 언론이 ‘7인회’로 지칭한 이 모임은 국회 내에서 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재명 사람들’로 분류되는 ‘찐명’계는 앞서의 성남 라인과 국회 7인회가 두 축이다. 이들은 모두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위상이 그리 높지 않을 때부터 ‘맨땅’에서 그를 사심 없이 지원해준 소중한 인맥이다. 이재명 후보로서는 대권의 가능성보다 자신을 믿고 따라주고 도움을 준 ‘찐명’계에 깊은 동지의식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가 2022년 대선 패배 후 다시 당 대표직에 오르면서 ‘재수’의 꿈을 불태울 때, 그리고 체포동의안과 각종 사법리스크, 단식과 피습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3년을 보낼 때 그의 곁을 원내에서 지킨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이 후보와 동고동락을 하며 짙은 ‘동료의식’을 느꼈고 이 후보가 민주당의 비주류 꼬리표를 떼고 당과 한몸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한 또 다른 ‘정치동지’들이다.

2022년 이후 형성된 당내 초·재선 그룹은 주요 당직자들로서 ‘신 친명’계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나 이재명 대표 시절 당직을 맡은 인사들이다. 박찬대(3선·인천 연수갑) 원내대표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후보가 지난 대선 후보로 나설 때 친명 그룹에 합류해 친명 핵심 인사로 부상했다.

김민석(4선·서울 영등포을) 최고위원은 이재명 후보가 비상계엄, 탄핵 정국에서 순발력있게 대응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 후보가 대선 전략을 논의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이해식(재선·서울 강동을)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 후보 배우자 실장을 거쳐,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서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천준호(재선·서울 강북갑) 의원도 이 후보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하며 친명계 핵심 역할을 했다. 박성준 의원(재선·서울 중성동을)도 박찬대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하며 친명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정청래 법사위원장도 외곽에서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 방어 지원을 해준 대표적 의원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자문 그룹이 있다. 이 후보 자문 그룹 핵심으로는 이 후보의 ‘40년 지기’인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꼽힌다. 이 원장은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이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이 후보의 ‘우클릭’ 경제 공약을 짜는 데 힘쓰고 있다. 외교안보 자문 그룹엔 위성락 의원과 문재인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과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을 지낸 김현종 외교안보보좌관 등이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변호사 시절 정치에 뜻을 품은 뒤 성남시장에 도전할 때만 해도 주변에 이렇다 할 인적 네트워크가 없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 당 대선 후보와 대표 등을 거치면서 민주당의 주류 대부분이 그의 밑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기현상’이 벌어졌다. 여타 대선후보를 어려울 때부터 지지해준 현역 의원들이 손을 꼽을 정도에 비하면 이재명 후보의 ‘인복’은 또 다른 ‘천운’에 가깝다. 하지만 이는 운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정치 ‘능력’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고 ‘똑똑한’ 국회의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결과일 뿐이다.

또한 이 후보 주변에는 ‘2인자’를 자처하는 이른바 ‘잘 나가는’ 정치인이 없다. 이는 이 후보의 용인술이 ‘2인자’나 자기정치를 하는 인물을 중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이 후보는 ‘이재명’의 위상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하는 정치인들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이 후보는 국회의원이라도 선수나 경륜만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일처리와 능력 중심으로 사람을 배치해 상호 간 경쟁심을 유도하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인사용인술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의 진짜 권력은 사람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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