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인영 기자] 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과제이자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문제를 해결 할 대안이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건식 저장시설의 내부 온도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 핵연료 모니터링 기술을 찾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운반저장기술개발실은 사용후핵연료 건식 캐니스터 열시험 장치를 개발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news/photo/202411/57188_64754_5148.jpg)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운반저장기술개발실이 건식 저장시설 환경을 모사한 ‘사용후핵연료 건식 캐니스터 열시험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장치의 열 데이터로 실제 건식 저장시설 내부 온도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게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의 연료로 쓰고 난 뒤 꺼낸 핵연료를 말하며, 방사능이 강하고 높은 열을 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해당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보관은 전 세계 원전 사용 국가의 숙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을 준비 중인데 핵연료 모니티링이 핵심인 시설 내부는 방사성 물질이 있어 실제 온도 측정이 어렵다. 이로 인해 보수적으로 온도를 추정해 왔다.
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은 금속·콘크리트 용기에 담아 방사성을 차폐하고, 자연대류를 통해 열을 냉각하는 저장시설로 원전 부지에 건설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1차 차폐용기인 캐니스터(Canister)에 사용후핵연료와 열을 순환시키는 헬륨가스를 넣어 운영한다.
연구팀은 건식 캐니스터 열시험 장치 개발에서 △모의 집합체 발열 조절 △헬륨 상태 유지 등에 주목했다.
먼저 내부 온도를 모사하기 위해 모의 사용후핵연료 집합체를 제작했다. 핵연료봉 내부에 전기장치(히터)를 삽입해 발열하는 모의 히터봉 236개를 만들어 실제 핵연료집합체와 유사한 모의 집합체 하나를 고안했다. 히터는 외부 장치를 통해 전기를 가져왔다.

이와 함께 내부에 헬륨을 공급하는 외부 기계와 캐니스터를 연결해 건식 저장시스템을 구현했다.
모의 핵연료봉에는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열전대를 부착해 외부에서도 건식 저장 시스템 내부 온도 분포를 직접 계측할 수 있도록 했다.
헬륨은 조그마한 틈이 있어도 외부로 누출되기 쉬워 장치를 완벽하게 밀폐해야 정상 실험을 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캐니스터 내부에 총 80개 열전대와 함께 히터 236개에 달린 전기선을 외부로 빼면서도 빈틈을 완벽히 차단하는 캐니스터 뚜껑을 자체 설계했다.
개발한 열시험 장치는 건식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온도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장치로 모의 핵연료집합체의 발열을 조절하면서 핵연료 피복관 온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측정하고, 외부 온도도 함께 측정해 외부 온도와 내부 핵연료 온도의 상관관계를 알아 냈다. 실제 건식 저장 중인 저장시스템 외부 표면온도를 기준으로 내부 사용후핵연료 온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원자력연구원은 향후 해당 시험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열시험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험 DB는 국내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 인허가 해석모델 검증 데이터로 사용하고, 현재 사용 중인 보수적인 예측 모델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전한 범위 안에서 사용후핵연료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경제 손실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운반저장기술개발실 유승환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개발로 건식 저장시설의 열적 안정성 평가에 큰 기여를 해 기쁘다”며, “사용후핵연료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과거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공론화를 거쳐 수립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특별법 마련과 전담조직 신설을 국정과제로 정했다. 또 R&D 기술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관련 정책 추진에 매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김성환 ·김영식·이인선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