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굴욕'…고려아연 M&A에도 홈플러스 사태 촉발한 '차입매수' 구사해
  • 홍윤기 기자
  • 승인 2025.03.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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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NH투증으로부터 고려아연 지분 취득 자금 1조2000억원 차입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 "고려아연, 홈플러스 전철 밟을 수 있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 사진 = 각사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등 상당수 인수기업을 망친 차입매수(LBO) 방식을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서도 그대로 구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래 이달까지 7개월간 MBK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투입한 자금 1조6000억원 가운데 75%인 1조2000억원가량이 NH투자증권에서 빌린 차입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MBK는 NH투자증권에서 최소 고정금리 5.7%를 적용해 1조 7150억원 규모로 한도 대출을 받았다. 이후 MBK는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와 장내 추가 지분 매입 과정에서 1조1775억원을 실제 대출받아 활용했다. 이 대출금의 상환 만기가 오는 6월 도래한다.

이 같은 차입매수는 인수 대상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로 설정하고 금융권에서 빚을 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인데, 최근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MBK는 홈플러스를 차입매수 방식으로 인수한 후 채무 부담을 홈플러스로 떠넘겨 사업경쟁력 약화와 법정관리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인수 자금 7조2000억원 가운데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대금을 확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입금 상환 부담은 고스란히 피인수기업 홈플러스로 떠넘겨졌다.

MBK가 홈플러스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도 아무런 반성도 없이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서도 차입매수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차입금의 상환만기가 불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리파이낸싱(차환)을 해야 하지만 MBK가 홈플러스 사태로 신뢰를 잃은 만큼 담보 추가 제공, 이자비용 급증 등 상당한 난항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MBK는 현재 평판 리스크와 맞물려 출자자(LP) 이탈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펀드 자금을 투입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담당하는 6호 펀드의 국내 출자자인 연기금들이 잇따라 적대적M&A에 대한 자금 사용을 금지하고 나선 상태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업계에서는 MBK의 무리한 차입매수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의 실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해외 의결권 자문사 글래스루이스는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이 MBK의 지배를 받게 될 경우 홈플러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홈플러스의 상황은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의 장기적 투자 일부를 축소하거나 특정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지급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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