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고 전 산업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 농촌은 더 이상 농업 생산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농촌 또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에서 맡은 역할을 감당해 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농촌이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영농형 태양광’이다.
본지는 농림축산식품부 박해청 농촌탄소중립과장을 만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을 위한 부처의 역할과 ‘영농형 태양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 및 전망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탄소중립과는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
농촌탄소중립과는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이 기후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개발과 실행, 기후위기에 따른 이상기후, 농작물 피해 등의 문제에 대응하는 적응 전략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총괄계에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응과 전반적인 정책 조율을 담당하며, 적응계는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한다. 감축계는 실제 농업 활동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과 제도를 실행하고, 재생에너지계는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 자립마을 육성을 맡고 있다.
2024년 4월에 발표한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의 핵심은 무엇인가?
지난해 4월 발표된 영농형 태양광 도입 전략은 단순한 태양광 설비 설치를 넘어 농업의 지속성과 식량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정책이다. 핵심은 △농업인을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주체로 설정 △비우량농지 중심으로 집적화 유도(식량안보) △촘촘한 관리체계 구축으로 부실영농 방지 등 세 가지 원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먼저, 임차인이나 외부 투자자가 아니라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 이는 농촌 자원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농업인의 소득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태양광 모듈 설치는 농지 면적의 30% 이내로 제한하며, 영농 활동이 의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또한 진흥지역 외 농지에만 설치가 가능하도록 해 우량 농지 훼손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마련했다.
이번 전략은 기존의 영농형 정책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이번 전략은 기존 농지 이용에 대한 헌법과 농지법의 원칙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농지는 작물 재배, 축산, 시설 재배 등 오직 농업활동에만 사용이 가능했으며, 이는 헌법상 명시된 식량안보 원칙과 농지법에 의해 철저히 지켜져 왔다.
영농형 태양광은 이러한 원칙을 일정 부분 유연하게 적용한 첫 사례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의 병행을 허용한 사실상 최초의 정책 행위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정책이 농지를 에너지 자원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확산보다는 신중한 보완 중심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무분별한 설치를 막기 위해 ‘영농형 태양광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농업인 대상 교육을 확대하여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고자 한다.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농업 지속성과 농촌 발전을 고려한 구조적 접근이다.

영농형 태양광 시행 이후 1년간의 성과나 변화는 무엇인가?
영농형 태양광 도입 이후 지난 1년은 제도적 기반 마련과 실증 실험을 통한 데이터 확보에 집중한 시기였다. 가장 큰 성과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정책 수요자와 전문가들의 요구를 반영해 영농형 태양광 설치 농지에도 공익직불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제도 검토가 시작됐고, 기존 8년이었던 농지 타용도 일시사용 기간을 최대 23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조율되고 있다.
둘째, 정책 타당성 확보를 위해 전국 18개소에서 20개 작물에 대한 감수율 실증실험을 진행했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는 태양광 모듈 설치가 실제 작물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확인한 중요한 기반 자료가 된다.
셋째, 농지법 개정안을 마련해 농지과와의 협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일본(감수율 20%)과 독일(감수율 34%)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감수율 중심 기준은 실제 영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모듈 면적을 30%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실증과 제도 정비를 병행하면서 점진적인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농가 수익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요?
영농형 태양광은 농가소득을 보전하고 에너지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력계통 연결, 이격거리 규제 등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몇 가지 구체적인 보완책을 추진 중이다.
첫째, 소규모 설치의 난립을 방지하고 효과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산단이나 대도시 인근에 집단화된 태양광 발전 지구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둘째, 농림부와 농촌 협약을 체결한 시군을 중심으로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따른 농촌에너지재생지구 지정 시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셋째, 올 하반기 태양광 ‘이격거리’ 문제에 대해 시군 지자체와 논의가 예정돼 있다. 넷째, 전력계통 연결 및 요금 체계에 대해 산업부와 협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제도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지자체, 협동조합, 민간기업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나?
현재 영농형 태양광의 실증 실험은 주로 지자체와 지역 전력회사 주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주민공동소득 마을’ 모델을 육성하기 위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의 관심이 높은 만큼 향후 행정적, 재정적 지원체계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 정책의 제도적 기반이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동조합이나 농협과 같은 조직과의 협의는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영농형 태양광의 안정적 운영과 주민 소득 증대 방안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민간기업과의 협력은 기술적 실증, 가이드라인 정비 차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향후에는 에너지 공급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도 검토될 수 있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농촌지역에서는 태양광 설치와 관련해 많은 우려가 있었다. 도시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농지 임차료 상승, 환경오염, 난개발, 지역 갈등 등이 대표적인 문제다. 이에 정부는 영농형 태양광이 기존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해남, 신안, 영암 등에서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태양광 모델’이 성과를 보이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마을 단위로 집단화·규모화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정부는 이러한 성공사례를 확산시켜 농업인들의 신뢰를 얻고, 정책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잡고 있다.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2025년은 영농형 태양광 제도의 법제화와 안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농지법 개정 협의가 현재 내부적으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제도 시행을 준비 중이다.
둘째, 현재 국회에는 영농형 태양광 관련 제정법 6건이 발의돼 있으며, 이들 법안에 대한 입법 대응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셋째, 6월 예정된 대선 결과가 향후 정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정치·사회적 변수를 고려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넷째, 사업의 실질적 시행을 위한 ‘영농형 태양광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산업부와의 협력을 통해 전력계통 연계, 설치 조건, 보험제도 등 구체적인 실행 조건에 대한 협의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는 영농형 태양광의 제도적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다.